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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문화.연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2020년 최고작

by UGCUGC 2021. 4. 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각본 : 셀린 시아마

출연 : 아델 하에넬(엘로이즈) 셀린 시아마 감독의 페르소나

노에미 메를랑(마리안느)

루아나 바야미(소피)

발레리아 골리노(백작부인, 엘로이즈의 엄마)

 

72회 칸영화제에서 기생충의 강력한 경쟁작으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받았습니다.

칸영화제 수상 작품이 어렵다는 편견은 접어두시고, 어려운 줄거리도 대단한 배우(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가 나오지

않지만 이렇게 대단한 영화를 만든 감독님과 배우들께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입니다.

 

 

줄거리

화가 마리안느(붉은 드레스)는 작은배를 타고 프랑스의 외딴섬으로, 귀족의 초상화를 그리러 가던중 잠시 한눈판사이

파도에 화구가 물에 빠지자 너무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드레스를 입은채 망설임 없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화구를 다시 건져옵니다. 배안에는 노젓는 사람과 그외 여러명의 남자들이 있었지만 마리안느는 그들을 전혀 염두에

두고있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섬에 도착해서도 무거운 짐가방과 화구를 지고 귀족의 성까지 가는 길은 꽤 험난해 보였고 짐도 짐이지만 드레스가 훨씬

더 거추장스러워 보이네요

 

귀족과 딸 엘로이즈(초록색 드레스)를 결혼시키기 위해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밀라노로 보내야 하는 백작부인은 화가

마리안느를 이 섬으로 부른겁니다.

엘로이즈의 엄마 백작부인도 이 성에 본인보다 마리안느의 아버지가 그린 초상화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고 합니다.

엘로이즈의 언니는 이런 결혼을 거부하고 벼랑에서 떨어져 자살했습니다.

자살한 언니때문에  그 운명을 떠안고, 아는거라곤 밀라노에 사는 귀족이라는 것 밖에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

엘로이즈는 초상화 그리는걸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포기하고 돌아간 화가도 있었던 터라  마리안느는 화가가 아닌 산책동무로 소개되었기 때문에 마리안느는

엘로이즈 모르게 6일안에 초상화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동안 외출금지였기때문에 달리기를 꿈꿔 왔다던 엘로이즈와 그녀 모르게 그녀의 얼굴를 관찰해야만 하는 마리안느.

평등이 주는 안락함으로 여지껏 지내던 수녀원이 더 좋다는 엘로이즈.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마리안느.

시집와 20년동안 가보지 못한 밀라노를 그리워하며, 딸은 이곳보다 덜 지루한 다른곳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백작부인

이지만, 장소가 어디든 이런 시대에 어디에서도 여자가 자유로울수 있는 곳은 없는 거 같습니다.

여자는 귀족이 훨씬 더 비참할 수도 있는 삶이네요

 

관현악단을 들어보지 못한 엘로이즈를 위해서 마리안느가 비발디의 사계 '여름'을 피아노로 쳐주며 음악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백작부인에게 아가씨에게 진실을 얘기해야겠다고 허락을 받은 뒤, 다음날 산책시간에 본인은 화가라고

밝히고, 초상화를 완성했다며 보여주는데,  이에 화가 난 엘로이즈는 생명력도 존재감도 없으며 나랑 비슷하지 않다고 

비평하자, 마리안느는 어쩔줄 몰라 초상화의 얼굴을 그 자리에서 지워버립니다.

 백작부인도 화가나서 실력이 없으면 떠나라고 하자, 엘로이즈가 본인이 포즈를 취할거라고 나서면서 간신히 다시

초상화를 그릴 말미를 얻고, 백작부인은 예정대로 5일간 집을 비우니 그안에 초상화를 끝내라고 하고 마을로 떠납니다.

 

초상화는 상대를 정말 많이 관찰해야 그릴 수 있읍니다.

그렇게 엘로이즈를 그리는 마리안느도 자신을 그리는 마리안느를 바라보는 엘로이즈도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고

점차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난 마리안느는 어느저녁 복도에서 소복같은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있는 엘로이즈의 환영을

여러번 보게 됩니다. 오르페우스 신화랑 관련된이야기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혼을 하는것은 이미 죽은 사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건 맘에들어요 "

"당신을 잘알게 됐으니까요"

"내가 변해서 일지도 "

"어쩌면"

본인이 완성한 초상화로 엘로이즈가 다른사람과 결혼을 하게 됨으로 둘사이에는 언쟁도 있지만

그로 인해서 또 다시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도 확인하게 됩니다.

마지막밤 후회를 처음 느껴본다는 엘로이즈에게 '후회하지말고 모든 기억하라'고 마리안느는 말해줍니다.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짐꾼이 가지고 출발하고, 백작부인이 선물로 가지고 온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있는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힘겹게 작별합니다.

시간이 흐른뒤 마리안느는

화실을 하며, 아버지의 이름으로나마 본인의 그림을 전시하는 전시장에서, 예쁜 딸과 같이 그려져 있는 엘로이즈의 그림

을 보게되고, 마지막으로 비발디의 공연장에서 본인과 나란히 앉아 치던 오르간 연주곡 사계의 '여름'을 들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엘로이즈를 보게됩니다.

 

죽은 언니를 대신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정략결혼 .

본인의 그림도 아버지의 이름으로만 전시할 수 있는 여성화가.

아무리 독립적인 여성도 여자의 이름으론 옴싹달싹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이런시대에 동성연애란건 결코 지속되 수 없는 사랑입니다.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아니 이미 완성되었지만 지속할 수 없는 사랑이네요.

두배우의 '시선'을 집중해서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어거지로 만든 갈등구조가 없는 점도 몰입하기 좋았던거 같습니다.

복잡한 스토리가 아닌데도 스토리가 전부가 아님에 줄거리를 글로 쓰기가 정말 어렵웠습니다.

'캐롤'이나 '콜 미 바이 유어네임', '브로크백 마운틴'등 좋은 퀴어영화가 많았지만,

동성간의 사랑영화가 아닌 그냥 사랑영화라고 느끼게 한 영화는 처음이었던거 같네요.

두배우의 연기가 정말 좋았고, 퀴어가 아닌 진정한 사랑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영화 마지막 엘로이즈와 같은 감정에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만큼 여운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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